B급 브로맨스

<펄프픽션>에서 <황혼에서 새벽까지> 그리고 <킹스맨>  


일반적으로 B급 영화는 적은 예산을 들인 영화나 A급 영화와 견주어 질적으로 떨어지는 영화를 의미한다. B급 영화의 탄생은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기에 이루어졌다. 불황이 닥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헐리웃 스튜디오가 저예산으로 단시일 안에 수익을 볼 수 있는 영화, 특히 극장 끼워 팔기 상영에 적합한 영화를 다량으로 생산하게 된다. 이렇듯 끼워 팔기용 저예산 영화가 대량 양산됨에 따라 B급 영화의 양적 기원이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B급 영화 [B movie, -級映畵] (영화사전, 2004. 9. 30., propaganda)


영화 [펄프픽션]


시간이 흘러 영화 산업의 부흥기를 지나오면서 B급 영화는 단순히 상업적인 차원에서의 저예산 영화를 의미하는 것에서 나아가 주류 영화가 포용하지 못하는 대안적이고 키치적인 내용을 담는 일정한 ‘장르’로서 기능하게 되었다. 

헐리웃의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경우 상업적인 규모에서나, 감독의 입지로서 주류의 감독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기원은 철저히 B급 영화의 정서에 기대고 있다. 그의 초기작 <펄프픽션>은 영화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브로맨스’의 관점에서도 매우 기념비적인 B급 영화이다. 이 작품 속 존트라볼타가 분한 ‘빈센트’와 사무엘 젝슨이 분한 ‘줄스’는 특유의 끈끈한 브로맨스십을 바탕으로 함께 인질극과 모종의 ‘우발적 살인 사건’에 동참하게 된다. 이들은 같은 조직에 속해 있으며, 조직의 보스에게 그다지 신임을 받지 못하는 종류의 인간들인 동시에, 특유의 모자람을 바탕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애틋한 관계는 서로의 결핍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위기 상황에서 극대화된다. 이는 B급 장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도이다.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서스펜스 넘치는 느와르풍 인질극에서 시작해, 좀비물로 끝나는 대표적 B급 감성의 영화이다. 이 영화 속 세스(조지 클루니)와 리차드(쿠엔틴 타란티노)의 경우 <펄프픽션>의 빈센트와 줄스의 관계양상과 유사한, 브로맨스십을 형성하고 있다. 


친 형제인 세스와 리차드는 무자비하게 사람을 살해하는 매정한 캐릭터이지만 동시에 바보처럼 비춰질만큼 순박하기도 하다. 또한 형제로서 서로의 안위를 매우 걱정해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애정표현을 하는 등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갖춘 캐릭터들이다. 앞서 언급한 <펄프픽션>의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제작자이자 주연 배우로 분한 것도 이러한 캐릭터의 유사성을 설명할 수 있는 작은 단서가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단지 이 두 B급 영화에서만 이런 양상의 브로맨스가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 [킹스맨]


대표적 B급 영화 <킥애즈>를 연출한 매튜본 감독이 콜린 퍼스와 함께 첩보물을 내놓는다고 했을 때 큰 기대를 걸었던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는 올 상반기 가장 흥행한 영화중 하나가 되었다. 이 영화는 감독이 <킥애즈> 속에서 보여주었던 B급 영화의 정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A급의 세련된 화면과 액션, 007로 대표되는 액션 영화의 고전적 스토리라인을 조합한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인 해리(콜린 퍼스)와 애그시(태론 에거튼)의 경우 앞서 말했던 비주류로서의 남성 주인공 둘이 동료로 뭉쳐, 끈끈한 동지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위의 작품들과 같은 양상의 브로맨스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나아가 이 작품 속에서 둘은 사제의 관계와 ‘부자의 동일시’의 경지 까지 느껴질만한 성장기를 첨부함으로써 B급 장르적 코믹한 브로맨스십에서 모종의 감동까지 느낄 수 있도록 세련되게 장치해 놓았다. 이는 B급 영화의 장르적 발전이자, B급 영화 속 브로맨스가 어떤 양상으로 응용되어져 왔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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