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5.07.31 완독의 즐거움 BEST5
  2. 2013.11.13 그 날을 둘러싼 두 개의 이야기, <공범><살인자의 기억법>
  3. 2013.07.15 인터넷 서점의 도서할인, 이대로 괜찮은가 (1)
  4. 2013.07.12 길 위의 아이들, 그 마음에 낀 서리

완독의 즐거움 BEST5

  은행이나 우체국 같은 공공 기관에 무작정 들어가 대기 번호표 뽑고 앉아 있기. 얼음 가득 담은 세수 대야에 발 담구고 선풍기 바람 쐬기. 수박이나 참외 같은 수분 많은 과일을 골라 화채 만들어 먹기. 자주 샤워하고 취침 시 죽부인 안고 자기. 

  위의 문장들은 “더위를 피하는 〇〇가지 방법”을 검색하면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노하우를 옮겨 적은 것 이다. 모두 짧은 시간 내에 체내의 열기를 식혀준다는 점에서 그 효능(?)을 인정받은 방법들이다. 그러나 누구나, 즉시, 따라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위의 조치들을 직접 실행으로 옮겨보면, 은근히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가장 오래된 노하우인 ‘공공기관 대기표 스킬’은 수년 전 공공기관 냉난방금지법이 생겨나면서 단박에 그 효력을 잃었다. 그렇다면, 세수 대야에 얼음을 가득 채워 넣고 발을 담구는 방법은? 시도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얼음을 얼리는 과정부터, 찬물을 섞어 물이 튀지 않도록 대야에 잘 쏟아 넣는 과정, 얼음 때문에 차가워진 세수 대야와 실내의 더운 공기가 만나 대야 표면에 생성된 물은 바닥으로 줄줄 흐르고, 얼음이 녹아 물이 미지근해지면 바닥에 흐르지 않도록 조심하며 퉁퉁 불은 발을 이끌고 뒤뚱거리며 화장실까지 가야하는 뒤처리 과정까지. 생각만 해도 식었던 땀이 다시 송글, 이마에 맺힐 것만 같다. 그럼, 화채는? 1인 가구에서 수박을 사 먹는 것은 몇 끼의 식사를 포기해야할 정도로 사치스러운 선택이다. 하물며 과일 화채라니. 게다가 죽부인? 그것은 유치원 시절 시골 할머니 댁에서 본 이후로는 티브이 속에서만 존재하는 물건인 것을. 

  불평만 늘어놓다가 더 더워지기 전에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야겠다. 그래서 쟤는 뭘 어쩌자는 거야, 안 그래도 더워서 짜증나 죽겠는데! 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그러니까, 음, 사실부터 고백하자면, 뭔가 파격적인! 한 번도 본적 없는 새로운! 나만의 썸머킬링,킬링타임 노하우를 소개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머리를 짜내 봐도 이렇다 할 아이디어가 떠오르질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해야할 것 같다. 조금 더 솔직해지면, ‘한여름 무더위를 날리는 방법!’에 대해서 이리저리 생각하면 할 수 록, 더울 땐 더워하는 게 정상이지, 왜 자꾸 시원하려고 쓸대 없는 에너지를 낭비하나 하는 식의, 마치 이 한 세상 하직하려는 사람이 떠올릴 법한, 거대한 체념만이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스멀스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의례, 잔고 끝에 악수를 두고야마는, 그 고질병이 돋은 것이다. 여하튼, 이제는 예전처럼 공공 기관에 의존해 에어컨을 쬘 만큼 냉방기가 희소성을 가지는 세대도 아니고, 집집마다 개인용 에어컨이 설치되어있거나, 하다못해 집에서 몇 미터 떨어진 커피 전문점에만 들러도 문명의 시원한 이기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덥다고 자꾸 무언가를 하는 것 보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하는 -도무지 이 글을 쓰는 사람이 할 생각이 아닌-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그저 에어컨 밑에 자리 잡고 앉아서 시간아 흘러라 흘러, 조금만 더 버티면 하늘이 높아지고 건조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겠지, 흘러라 시간아, 하는 수밖에. 

 아래 소개하는 책들은 그 인내의 시간을 함께해줄 킬링타임, 타임킬러 도서들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일 수 있기에 감히, ‘시간 학살자’라고 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몇몇 독자들에게는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꼼짝없이 앉아있어야만 하는 독서 경험을 선사 해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독서에는 여러 가지 즐거움이 있지만 그 중에 가장 큰 기쁨은 바로 ‘완독의 즐거움’이(여기서는 비판 없이 읽는 독서법인 완독(玩讀)이아니라 처음부터 끝가지 모두 읽는다는 뜻의 완(完)독으로 사용하였다)라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이 어렵건 쉽건 간에 손에 쥔 책 한권을 마지막 장까지 읽어내는 기쁨은 분명히 있다. 게다가 책장을 덮고 책꽂이에 다 읽은 책을 다시 꽂아 둘 때면, 어딘지 모르게 빈 것만 같았던 나의 지성이 채워지는 듯한, 지적 풍요로움 마저 얻어갈 수 있다. 그럼 이제, 누구의 의견도 묻지 않은, 그저 필자만의 경험만으로 정해진, 무더운 여름도 잠시 잊게 해줄 만큼 잘 읽히고, 그래서 완독의 즐거움까지 챙겨갈 수 있는, 장르 불문! 일석이조!의 책들을 소개한다. (가나다순)



1. 『보다』, 김영하



  김영하의 산문집. 김영하 작가는 소설가로 유명하지만, 그의 산문 또한 소설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화두들을 김영하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낸 산문을 읽는 즐거움은 그의 소설을 읽는 것과 비슷한 크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끝까지 읽기에 안성맞춤. 읽고 마음에 들었다면, 이전에 출간된 산문집들을 일독해볼 것을 추천한다. 『랄랄라 하우스』, 『포스트잇』, 『네가 잃어버린것을 기억하라』등이 있다. 산문 시리즈인 『보다』는 현재 속편인『말하다』까지 출판되어있다.



2. 『자학의 시』, 고다 요시이에



  영화로도 제작된 일본 네 컷 만화 자학의 시. 단 네 컷만으로 이렇게나 커다란 감동을 선사 할 수 있으리라곤 읽기 전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백수 남편과 순종적인 아내사이에서 펼쳐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생각 없이 깔깔거리다가 1권이 끝나갈 때 즈음에는 계속 읽으면 눈물을 멈출 수 가 없을 것 같은 슬픈 예감 때문에 2권을 펼치기가 두려워 그만 덮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끝까지 읽고 싶은 감정을 참을 수 없는, 기괴한 정서적 체험을 겪게 하는 책. 하지만 결국 끝까지 보게 될 것이다. 



3. 『초조한 도시-사진으로 보는 도시의 인문학』, 이영준



  제목에는 인문학 분야라고 쓰여있지만, 인문학 보다는 미술 분야에서 더 유명한 책. 실제로 이영준 작가는 미술 분야에서 비평으로 유명하신 분이다. 한국이라는 국가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너무나 독특해서 어떨때는 그로테스크 하게 느껴지기도하는 ‘한국형 도시’의 모습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도시의 한 면을 포착하여 사진으로 보여주고 그에 대한 사유를 모아 묶어낸 책. 이미지가 압도적이어서 금방 읽어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완독 후에는 늘 같게만 느껴지던 도시가 어딘가 다르게 보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4. 『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1996년 5월, 에베레스트에서 조난당한 18명의 행적을 담은 책. 기자 겸 작가인 존 크라카우어가 등반에 참여했다가 살아남아 그날의 일을 회상의 형식으로 생생하게 재구성해낸 책이다. 등반대의 행적이 너무나 생생해서, 읽는 사람들까지 실제 에베레스트 등반에 참여한 것처럼 추위를 느끼게 된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전해오는 긴박함 때문에 한번 들면 내려놓을 수 없다. 


  

5. 『허삼관 매혈기』, 위화



  최근 영화로도 개봉한 허삼관 이야기. 솔직히 영화의 여파로, 이 소설이 평가 절하될까봐 걱정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남들 보다 못한 건 참아도, 남들 다 하는 것 못하는 건 참을 수 없다”는 허삼관의 가슴 저미는 이야기를 한 번 읽어 주시기를. 분명 읽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읽게 될 책이지만, 혹시 중간에 잠시 쉬게 된다면 그건 아마 주책없이 흐르는 눈물을 참기 위해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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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을 둘러싼 두 개의 이야기, <공범><살인자의 기억법>

은희는 왜 집에 들어오지 않을까. 전화도 받지 않는다.

혹시 내가 누구인지 알아버린 것일까. 그럴 리가 있나.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123)

 

늦은 시간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는 딸아이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두 명의 아버지가 있다. 세상에 피붙이라곤 이제 제법 아가씨 태가 나는 딸아이 하나밖에 없는데, 그는 요즘 그 딸아이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의심을 받고 있다. 영화 <공범>과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은 그 잔인하고 끔찍한 의심의 순간들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다. 먼저 영화 <공범>은 그 의심을 철저하게 딸의 시선으로 그렸다. <공범>의 다은(손예진 분)15년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한채진 군 유괴살인사건의 범인 목소리에서 세상에서 가장 익숙한 아빠의 존재를 느끼고 그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혼란에 빠지는 다은은 평생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온 아빠에 대해서 하루가 다르게 더 큰 의심을 하게 된다. 한편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느 연쇄살인범의 지난 기록을 담고 있다. 그의 짧은 메모들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자극적이고 강렬한 과거의 기억 조각들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고 아름다운 문체를 택하고 있다. 고전문학의 한 귀퉁이, 혹은 시 한 구절을 읽는 듯한 그의 살인의 추억들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국면을 드러낸다. 영화 <공범>의 마지막이 우리에게 주었던 충격과 흡사한 무엇이다.

 

 

아빠가... 한 거 아니지?”

, 믿어야 돼...”

 

영화 <공범>은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미제 유아납치살인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영화를 선택한다. 영화 <그놈 목소리><아이들...> <도가니>가 그랬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실로 <그놈 목소리>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범인의 목소리가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왔었다. 결국 <그놈 목소리>의 이윤상군 유괴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끝났지만, 영화 <공범>에서와 유사하게 유력한 용의자는 나왔었다고 한다. 그 용의자는 피해자 가족 중 한 쪽과 인척관계에 있었으며, 용의자와 함께 동거했던 여성이 그가 범인이라는 진술을 하기도 했었단다. 본인은 끝까지 부인했으나, 정황 증거는 충분했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발신지에서 전화를 걸었을 그 시간, 용의자가 경주를 다녀왔다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영수증을 제시하는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바람에 그는 무죄로 풀려났다. 물론 여러 가지 의구심이 들기는 한다. 톨게이트 영수증이 있다고해서 그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는 것이 증명이 되는가, 하는 문제와 대체 어떤 사람이 톨게이트 영수증을 꼬박꼬박 보관할까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영화 <공범>은 박초롱초롱빛나리 양 유괴사건에서도 일부 모티브를 차용해왔다. 이 사건의 범인은 만삭의 여성이었는데, 협박전화의 목소리가 딸의 목소리라고 의심한 고위 공무원 출신의 아버지가 많은 갈등과 고민 끝에 딸을 경찰에 신고했던 사건이다.

 

영화 <공범>과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아이를 유괴하고 납치하여 살인에 이르게 되기까지의 과정, 누군가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그를 어떻게 죽이는지, 그 후에 얼마나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아내는지 등을 그리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이기심과 잔혹성을 내밀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 두 개의 콘텐츠가 오늘의 우리 목을 졸라오는 듯 느껴지는 것은 비단 이들 사건이 잔인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흔들리는 가족, 무너지는 아버지

 

사건의 진위와 상관없이, 이들 두 개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가족은 흔들리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포근한 이름이어야 할 그 곳이 걷잡을 수 없을만큼 커진 의심과 불신으로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집이라는 안정된 공간이 깨지고, 가족이라는 가장 믿음직한 이들이 새로운 가면을 꺼내 쓸 때 평범한 일상은 파괴되고 충격은 배가된다.

 

 

사람들마다 구원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따스한 햇볕이 쏟아지는 영국풍 정원과 잔디밭일 수도 있고, 베란다에 화분을 내놓은 스위스풍 전통가옥일 수도 있겠다. 나는 늘 감옥을 떠올렸다.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와 온몸의 땀샘에서 냄새를 풍기는 거친 사내들을 떠올렸다. 죄수들은 엄격한 위계로 나를 길들일 것이고, 그 안에서 나는 철저하게 나를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잠시도 쉬지 않고 부산히 움직이던 내 자아를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87)

 

스스로를 악마인지 초인인지, 혹은 그 둘 다인지를 놓고 고민하던 연쇄살인범은 살인을 저지르던 지난날을 회개하기보다는 추억한다. 하루가 다르게 흐릿해져가는 지난날의 기억들은 이제 그에게 아련하게만 다가온다. 이렇게 기억이 사그라든다면 훗날 연쇄살인범으로 잡혀 경찰에 연행된다고한들 그 어떤 진술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아니겠냐며 스스로를 보고 웃는다. <공범>의 마지막 장면이 소스라치게 놀라운 것도 그 때문이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아빠(김갑수 분)가 내가 생각했던 그 사람이 아닐 때, 너무 오랫동안 그의 얼굴에 붙어있어 무엇이 진짜인지 구분해낼 수도 없었던 그 가면을 쩌억쩌억 뜯어냈을 때 보이는 진짜 얼굴이 너무나도 잔혹하다. 때문에 이들 영화와 소설이 각각 의심불안이라는 하나의 코드만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고 할지라도 결코 이들이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이야기는 가볍거나 지루하지 않다. 또한 가족이 흔들리고 무너져가는 과정을 아버지와 딸의 시선으로 각각 풀어낸 <공범><살인자의 기억법>을 서로의 해설서로 같이 읽는 것도 이들의 이야기를 더 깊게 생각해보는데 참고가 될 듯 하다.

 

 


공범 (2013)

Accomplices 
7.5
감독
국동석
출연
손예진, 김갑수, 임형준, 김광규, 박사랑
정보
스릴러 | 한국 | 96 분 | 2013-10-24

 


살인자의 기억법

저자
김영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07-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첫 문장의 강렬함이 채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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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의 도서할인, 이대로 괜찮은가

이달 초, 대학 도서관의 슬픈 이벤트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책을 빌리는 학생이 줄어들자 도서관측이 다양한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성균관대는 기념품으로 메모리 장치를 주었고, 연세대는 다독왕·열공왕 등의 상을, 고려대는 인근 카페에서 무료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인증 도장을 찍어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서관 이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와같은 도서 할인행사가 늘 진행중이다 (사진=인터파크 캡쳐)

 

이와 같은 독서 권하는 이벤트들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알라딘은 서비스 오픈 14주년을 맞이해 인기 시리즈 최대 50% 할인과 함께 텀블러, 북엔드, 에코백, 노트, 선풍기 등의 상품을 제공한다. 또한 고객들이 원하는 책을 골라 담으면 30% 이상의 할인을 제공하는 ‘내맘대로 럭키백’ 이벤트 역시 진행중이다. 인터파크 역시 여름 휴가철을 맞아 10대 작가 기획전을 열었다. 인기있는 작가들의 신간을 저렴하게 판매할 뿐만 아니라, 럭키백 이벤트를 통해서 그들의 신작과 이전 작품들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교보문고는 4만원 이상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공연 티켓을 증정한다. 뮤지컬 잭더리퍼, 시카고 등 대형뮤지컬 뿐만 아니라 모나코 왕실 합창단, 발레 디스이즈모던 등의 프리미엄 공연들이 독자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인터넷 서점의 도서 할인, 이대로 괜찮은가

 

아무리 신간이라해도 인터넷 서점을 통하면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30% 할인은 기본이고, 여기에 인터넷 서점이 제공하는 쿠폰 할인, 마일리지 적립, 카드사 할인을 더하면 왠만한 책들은 반값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헌 물건도 아닌데 반값으로 내놓겠다고하면 그 상품의 질에 의심을 하게될만도한데, 책만은 예외인것같다. 아니, 어쩌면 책의 가격에 대한 상식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 김영하의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 프로모션. 예약판매 특전으로 낭독회는 물론이고, 스타일북, 미니북, 적립금까지 제공하고 있다. 예약구입시에도 10%를 할인받을 수 있으니 실질적으로는 (최대 할인이 가능한)19%이상의 할인을 제공받는 셈이다. (사진=채널예스 캡쳐)

 

현행법상 도서정가제는 사실상 효력이 없다. 신간(발행일로부터 18개월 미만인 도서)은 10%까지 할인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인터넷 서점의 마일리지 적립 등을 동원하면 19%까지 할인이 가능하고, 구간과 실용서, 참고서 및 국가기관 등에서 구입하는 도서는 무제한 할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서의 성격을 무제한 할인이 가능한 분류로 바꾸거나, 무제한 할인이 되는 도서와 묶어서 패키지로 판매하는 경우 도서정가제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출판계 관계자들은 침체된 출판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도서정가제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 서점의 과열된 할인 경쟁탓에 경쟁력이 없어진 동네 서점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고, 소규모 출판사가 대형 출판사에 밀리면서 출판의 다양성마저 사라지고 있다. 또 구간에 대한 무제한 할인은 신간의 출간과 소비를 줄인다. 따라서 도서정가제가 무너진 출판계를 살릴 결정타는 못된다고 하더라도 혼잡한 출판계 질서를 바로잡아줄 계기가 되어줄것이라는 전망이다.

 

 

저자·출판사·서점·독자 모두를 위한 도서정가제가 되어야

 

도서정가제는 과도한 시장 경쟁에 의해 책의 가격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다. 승자 독식이 아닌 저작, 출판, 유통의 생태계 유지를 위해 문화 선진국들도 예외없이 도입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오해하듯, 도서정가제는 출판사나 서점의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도서정가제가 강화될 경우 당장의 체감 구입가가 올라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가제를 실시한다고해도 출판사가 적정 가격을 제시할 경우 할인가격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을 수 있고, 할인판매를 계속해서 한다고 하더라도 출판사가 부풀린 가격을 책정하여 명목상의 할인을 제공한다면 소비자의 실제 이익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눈속임에 불과한 가격경쟁을 지우고나면 출판사와 작가들은 콘텐츠에 조금 더 집중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독자를 위한 출판 유통 질서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 달에 한 권 책읽기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과중한 업무, 취업준비, 입시 등의 생활스트레스에 억눌려 책을 꺼내들기까지가 그리 쉽지 않다. 책 소비는 점차 줄어들고,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위한 대형 서점들의 할인행사, 이벤트들이 줄지어 이어지니 작은 출판사, 작은 서점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요즘 서점에 가보면 비슷비슷한 책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잘 팔리는 종류의 책이 아니면, 유명한 작가의 책이 아니면 외면받는 오늘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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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아이들, 그 마음에 낀 서리

이어받기.

언제부턴가 우리는 일반적인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것을 강요한다. 남들과 다르면 그 것이 곧 틀린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꾸만 기준에서 벗어나 소외 받는 이웃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런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 청소년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학교는 어느 새 감옥이 되고, 아이들은 자꾸만 밖으로 나오게 되고, 우리는 그 아이들을 문제아혹은 가출 청소년이라 부른다. 청소년 드라마혹은 학교가 배경이 되는 드라마나 영화는 언제나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였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학교 안에 아이들은 꿈도 희망이 없는 고립된 공간에 갇혀있는 불안한 존재로 인식된다. 이런 환경을 극복하지 못한 아이들은 그 곳을 나오게 되고, 흔히 가출 청소년이라는 이름의 소년, 소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꾸만 괴물이 되어간다.

 

영화 <범죄소년> (위) 처음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지구, (아래) 두번 째 보호감찰 기간에 경찰서에 잡혀간 지구

영화 <범죄소년>의 지구도 우연히 친구들과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서 범죄소년이라는 낙인이 찍혀 버렸다. 그러면서 우연히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엄마를 만나게 되지만, 텔레비전에서 보는 부자 부모님이 아닌 지구만큼 불안정하게 삶을 살아나간 엄마를 통해 다시 한 번 버려지게 되고, 지구는 또 다시 소년원에 들어가게 된다. “한 번만 용서해주시면 안되요?”라는 말이 너무도 어려웠고 간절했던 지구는 결국 너무도 쉽고 빠르게 한 번만 용서해주시면 안되요?”라고 말할 줄 알았고, 부모님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혼자 소년원에 들어갔던 지구는, 엄마를 찾았음에도 다시 그 곳에 들어가게 된다. 지구를 그리고 지구 엄마를 그렇게 만든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 것일까?

김영하 작가의 책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역시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에게 버림받았던 고아들의 이야기다. 세상과 섞이지 못한 채 자꾸만 주변만 빙빙 돈 채, 버려진 자들의 슬픔조차 채 느끼지 못한 채 생존을 위해서 그들만의 법칙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제이와 혹은 동규와 같거나 비슷한 슬픔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 광복절에 폭주를 한다. 그 장면을 보며, “경찰이 단속을 하지 않으면 지들도 재미없어서 그만두지 않을까요?”라는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들이 요란법석하게 도로를 질주하는 것은 쾌락이 아닌 자신들을 버린 세상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자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인 것이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보다 더 나쁜 게 있어요. 고통을 외면하는 거예요. 고통의 울부짖음을 들어주지 않는 거예요. 세상의 모든 죄악은 거기서 시작돼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문학동네, 73p)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단순히 책이나 영화에서 보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888‘889에서는 이런 아이들의 생활이 직접적으로 보여 진다. <범죄소년>의 지구처럼 가출 청소년들의 죄는 경미한 수준이었지만, 비열한 거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은 더 비열해지고, 그 죄 횟수는 늘어가고, 수법은 잔혹해지게 된다.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사냥꾼이 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원하는 건 의외로 단순했다. 잘 곳을 구하고, 배를 채우는 일이 우선이었다.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사연이 있었다. 스스로 나온 아이도 있고, 버려진 아이도 있었고, 그래서 돌아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렇게 거리로 내몰려진 아이들은 그들만의 가족을 만든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패밀리의 줄임말)’이라고 이름 붙인다. 거리에 떠도는 가출 청소년들이 모인 이름이 패밀리라니 어쩐지 아이러니 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나와 제이가 갈 수 밖에 없었던 거리의 아이들이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해 얽히고설켜버린 그 광경 역시도 현실 인 것이다. 아이들은 휴대폰을 통해 조건 만남이라는 이름으로 어른들과 관계를 맺고 돈을 받으며, 그 것으로 간간히 하루살이를 하고 있다. 그렇게 조건이라는 이름으로 만남을 요구하는 것은 어른들 뿐 아니라 초등학생들조차 너무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그 것을 이용한 범죄 또한 늘어나고 있다. 그 아이들의 입에서는 나쁜 건 알지만, 어쩔 수 없다였다. “어쩔 수 없다희망과 꿈으로 가득차야 하는 아이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부모님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저주한다는 아이들의 말에 긴 한숨이 뒤 따른다.

 

 

누가 올 거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끔은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 것과 다른 것이 도착하는데, 실은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정말로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을 거야. 바로 너처럼.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문학동네, 270p)

얼마 전, 방영한 KBS 드라마 스페셜 <유리 반창고>에서는 이러한 아이들의 세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접근하였다. 독거소년이라는 별명으로 살아가는 선우는 주목받을 수 있는 가수가 꿈이다. 그래서 이라는 이름으로 아빠, 엄마, 삼촌을 모집하여 가족을 만든다. 이처럼 스스로 역할을 부여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원하는 건 사회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력한 소속감일 지도 모른다. 그들을 제대로 이끌어 주지 못한 채 자꾸만 책임을 전가하는 유명무실한 사회적 단체들과 한 번의 실수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획일화된 기준만 강요하는 시대에 아이들을 책임지고,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은 어쩌면 다수가 아니라 단 한 명의 어른일 지도 모른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범죄를 저지르고, 죄책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분노만 남아 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참아야 한다고 말하고, 범죄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생존이라고 말했다. 살기 위해서, 살아내기 위해서 그 아이들은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특정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다. 범죄 소년, 이라는 이름으로 낙인찍고 그저 요즘 얘들은 정말 무서워하며 외면하기 보다는 사회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빵 한 조각 훔쳐 긴 형을 살아야만 했던 장발장을 구원한 것은 신부의 촛대였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역시 그 촛대일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산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소개된 콘텐츠.  

책 <너의 목소리가 들려> 

영화 <범죄소년> 

TV 프로그램, SBS <그것이 알고 싶다> 888회, 889회 

TV 드라마, KBS <드라마 스페셜 – 유리반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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